계단 한 칸 높이는 왜 어디나 비슷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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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계단을 오를 때 머릿속에서 계단의 높이를 재지 않는다. 발이 자동으로 알아챈다. 한 칸 올라갈 때마다 무릎을 굽히는 각도, 종아리에 힘을 주는 강도가 몸에 새겨져 있어서다. 그런데 한 번쯤 상점 입구의 턱이나 버스 계단에 올라서면 어색함을 느낀다. 높이가 조금 다르기 때문이다. 이 차이는 건축법이 정한 표준 높이에서 벗어나 있다는 신호다. 계단의 높이가 어디나 비슷한 이유는 무엇일까.

발이 기억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계단의 한 칸 높이는 법령으로 정해져 있다. 초등학교 계단은 단높이 16센티미터 이하, 중·고등학교는 18센티미터 이하이고, 아파트의 공용 계단도 별도의 규정에서 18센티미터 이하로 정해져 있다. 건물 용도마다 적용되는 규정이 다르다. 블롱델 공식은 계단의 단높이와 단너비 관계를 설명할 때 오랫동안 인용돼 온 경험적 설계식이다. 한국의 현행 법정 치수와 비교하면 이 공식의 범위 안에 드는 치수 조합도 확인할 수 있다.

몸이 기억하는 보행 리듬

17세기 프랑스에서 프랑수아 블롱델(1618-1686)은 왕립 건축 아카데미의 초대 교장이었다. 그는 사람들이 계단을 오를 때의 자연스러운 동작을 관찰했고, 연구 결과를 저작 Cours d’architecture에 담아 1675년부터 출판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블롱델 공식’의 기초가 되었다.

2 × 라이저(수직 높이) + 트레드(발판 너비) = 61~66센티미터

이 공식의 논리는 간단하다. 사람의 편안한 보폭은 약 24~26인치인데, 계단을 오를 때는 수평 이동을 포기하고 수직으로 올라가야 한다. 수직으로 1인치 올라갈 때마다 수평 보폭은 약 2인치씩 줄어든다는 관찰에서 나온 식이다. 예를 들어 단높이 18센티미터에 단너비 28센티미터를 넣어 보면 2R+T = 64센티미터로, 블롱델이 말한 61~66센티미터 범위 안에 정확히 들어온다. 공동주택의 법정 상한(단높이 18센티미터 이하)을 지키면서도 공식이 성립하는 조합이다.

이 공식이 신기한 이유는 계단을 설계하는 건축가가 아니라 계단을 오르는 사람의 신체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각 계단마다 우리의 무릎, 허리, 다리가 해내는 일의 양을 수학으로 옮긴 것이다.

초등학교 단높이 16cm 이하 R T R ≤ 16cm T ≥ 26cm 블롱델 공식 2R + T = 61~66cm 사람의 편안한 보폭에 맞춘 경험 공식 예시: R=18cm, T=28cm 2R + T = 64cm (61~66 범위 안) 중고등학교 단높이 18cm 이하 R T R ≤ 18cm T ≥ 26cm 계단의 규격은 용도에 따라 달라진다. 블롱델 공식은 단높이·단너비 관계를 설명해 온 경험식이다

법령으로 정해진 정확한 규격

한국의 건축법은 용도에 따라 계단 높이를 다르게 정한다.

학교 건축물의 계단은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15조”에 따른다. 초등학교 계단은 단높이 16센티미터 이하, 단너비 26센티미터 이상으로 규정된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단높이 18센티미터 이하, 단너비 26센티미터 이상이다. 공동주택(아파트)의 공용 계단은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16조”에 따라 유효폭 120센티미터, 단높이 18센티미터 이하, 단너비 26센티미터 이상으로 정해진다.

규정에는 추가 안전 조건도 담겨 있다. 공동주택의 공용 계단은 높이 2미터를 넘는 경우 2미터 이내마다 너비 120센티미터 이상의 ‘계단참’을 두어야 한다(세대 안 계단은 제외). 일반 건축물에는 별도로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15조의 3미터 기준이 적용된다. 이 모든 조건이 함께 작동할 때, 보행자의 발이 “자동으로 아는 감각”이 만들어진다.

왜 이렇게 엄격하게 정했을까

건축법이 계단 높이를 법령으로 정한 이유는 손상을 예방하기 위함이다. 계단은 집에서 낙상이 일어나는 가장 흔한 장소다. 특히 어린이와 노인이 위험하다. 계단 높이가 예측 가능한 범위에 있으면 신체가 움직임을 자동으로 조정할 수 있다. 반복된 움직임 속에서 발이 거리를 학습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한두 계단만 높이가 다르면 뇌가 그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다. 발목을 헛디디거나 무릎에 충격을 받는다. 실제로 계단 사고의 많은 원인은 높이 불일치다. 상점이나 카페 입구의 턱, 옛 건물의 가파른 계단에서 어색함을 느끼는 이유는 규정 범위를 벗어났기 때문이다.

규격을 벗어나는 예외들

하지만 계단의 높이가 항상 일정한 것은 아니다. 용도나 상황에 따라 규격이 달라진다.

지하철 계단을 보면 단높이 약 16.5센티미터, 단너비 약 33센티미터로 훨씬 넓다. 하루에 수십만 명이 오르내리는 역사에서는 사람의 흐름을 빠르게 해야 한다. 넓은 발판이 보폭 조정 없이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혼잡한 상황에서도 안전성을 유지하려는 설계다.

개인 거실의 계단도 공식 규정이 느슨한 편이다. 연면적 200제곱미터 이하인 소규모 건축물은 건축법상 계단 규제가 상대적으로 적다. 그래서 옛 주택이나 오래된 다세대 주택의 계단이 높고 가파른 경우가 많다. 규정 이전의 공간들이다.

계단의 높이가 어디나 비슷한 이유는 그것이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인용돼 온 블롱델의 경험식은 지금의 계단 치수에서도 그 범위를 확인할 수 있다. 그 다음에 계단을 오를 때는 한 칸의 높이를 의식해보자. 그것이 얼마나 정밀하게 정해진 것인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지하철에서 버스로 갈아탈 때 버스 계단의 높이가 어색한 이유도, 그리고 옛 건물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이유도 이제 설명된다.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