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이 높은 카페는 왜 더 넓게 느껴질까

·

평일에는 우리 부부 둘 다 일을 하고, 아이는 학교와 학원을 오간다. 그래서 주말에는 짧게라도 밖으로 나가는 편이다. 늘 보던 풍경에서 잠깐 벗어나려는 것이다.

가는 곳은 대개 카페나 눈에 띄는 건물, 시골스러운 분위기의 숙소 같은 데다. 아들이 진로를 확정한 것은 아니지만 건물을 설계하거나 도면을 다루는 일을 해보고 싶어 해서, 우리 가족은 건물의 구조나 공간 구성을 조금 더 오래 들여다보게 됐다.

최근 몇 년 사이 넓은 부지에 베이커리와 카페를 함께 들인 대형 카페가 많이 생겼다. 여러 곳을 다녀봤는데, 문을 열고 들어설 때마다 실제 면적보다 넓고 시원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천장이 높은 곳일수록 그랬다.

같은 면적이어도 천장이 높으면 왜 더 넓고 개방적으로 느껴질까?

높은 천장이 사고방식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미국 미네소타 대학교의 조안 마이어스-레비(Joan Meyers-Levy) 교수팀은 2007년 한 가지 궁금증을 실험했다. “천장 높이가 사람들의 생각 방식을 바꿀까?”

결과는 명확했다. 천장이 높은 공간(3.05m, 약 10피트)에 있던 사람들은 더 추상적이고 자유로운 생각을 했다. 반면 천장이 낮은 공간(2.44m, 약 8피트)에 있던 사람들은 구체적이고 세부사항에 집중하는 사고방식을 보였다. (Joan Meyers-Levy & Rui Zhu, “The Influence of Ceiling Height: The Effect of Priming on the Type of Processing That People Use,”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Vol. 34, No. 2, 2007, pp. 174–186)

다만 연구진은 이 효과가 천장 높이가 어느 정도 지각될 때(reasonably salient) 나타난다고 조건을 달았다. 천장을 의식하지 못할 만큼 익숙한 공간에서는 효과가 약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 현상을 “카테드럴 이펙트(Cathedral Effect)”라고 부른다. 성당의 높은 천장 앞에서 사람들이 경외감을 느끼고 생각이 웅대해지는 경험에서 나온 이름이다.

메커니즘은 이렇다. 높은 천장은 우리 뇌에 자유(freedom)라는 개념을 프라이밍한다.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많다는 신호를 받은 뇌는 경계를 푼다. 상하의 제약이 적으니 사고도 자유로워진다. 높은 천장 공간에서는 추상적 사고 방식이 활성화되어, 창의력이 필요한 업무나 새로운 아이디어 회의에서 이러한 사고방식이 유리할 수 있다.

낮은 천장은 정반대다. 뇌에 갇힘(confinement)의 신호를 보낸다. 구체적이고 세부사항에 집중하는 사고방식이 활성화된다. 연구의 틀에서 보면, 세부에 집중해야 하는 작업에는 낮은 천장 쪽이 어울린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같은 규모의 공간이라도 천장 높이에 따라 체감은 크게 달라진다.

2.4m 낮은 천장 집중·아늑함 음파 반향 짧음 3.0m 높은 천장 개방감·창의성 음파 반향 길어짐 트레이드오프 체온 유지 · 냉방비 절약 시각적 개방감 · 냉방비 증가

높은 천장의 숨은 비용들

그러나 높은 천장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세 가지 트레이드오프가 있다.

첫째, 체감 온도다. 높은 천장은 공기의 부피를 늘린다. 높은 곳으로 따뜻한 공기가 모인다는 뜻이다. 천장높이가 올라가면 공기 체적이 증가하여 따뜻한 공기가 상층에 모이므로, 체감 온도가 내려갈 수 있다. 같은 공조 시설이라도 높은 천장은 더 많은 공간을 식혀야 하므로 냉방비가 올라간다. 여름철 카페의 전기료 청구서는 천장높이와 뗄 수 없는 관계다.

둘째, 음향 환경이다. 높은 천장에서는 소리가 울린다. 건축음향 용어로 “잔향시간(Reverberation Time)”이 증가한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천장이 낮을수록 잔향시간이 짧아지는 경향이 있다 (구체적 수치는 벽 재료, 가구 배치, 용도 등 여러 변수에 따라 달라짐). 손님들의 수다가 섞이고, 그 소리가 천장에 부딪혀 돌아온다. 대화가 명확하게 들리지 않는다. 이를 보정하려고 배경음악의 음량을 올려야 하고, 그러면 더 시끄러워진다. 이른바 “소음의 악순환”이다.

셋째, 인테리어 비용이다. 천장 마감재 면적이 넓어지고, 배관·전기 배선의 길이도 늘어난다. 특히 환기, 에어컨 배관 등이 노출되지 않도록 천장을 내리거나 마감하는 비용은 상당하다.

역설적이게도, 이 문제를 해결한 한 방법이 노출 천장 인테리어다. 1960년대 뉴욕 소호에서 아티스트들이 버려진 공장 건물을 개조하면서 인기를 얻게 되었다. 배관과 구조체를 숨기는 비용이 더 비쌌으니, 오히려 노출했다. 노출된 배관과 빔은 “산업 스타일(Industrial Style)”의 미학으로 변신했다. 높은 천장을 원하지만 비용을 아려는 카페 사장들은 낮은 층고에서 천장을 높아 보이게 하고, 배관도 노출시켜 고급스러움을 만든다. 진정성 있는 설계라고 봤던 것이 알고 보면 비용 절감 전략이었던 셈이다.

낮은 천장의 공간들

그렇다면 낮은 천장은 실패한 선택일까. 아니다.

천장이 낮은 카페들은 아늑한 분위기를 매력으로 삼는다. 친구 집 거실에 초대받은 듯한 느낌은 낮고 감싸이는 공간감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연구가 확인한 범위는 제한적이다. 천장 높이가 의식될 때 갇힘의 신호가 작동하고, 그것이 세부에 주의를 돌리는 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정도까지다. 낮은 천장이 곧 편안함이나 집중을 보장한다는 결론은 이 연구에서 나오지 않는다.

실제 카페들에서는 낮은 천장을 아늑함으로 읽히게 하고, 노출 배관과 간접조명으로 분위기를 만드는 식의 연출을 흔히 볼 수 있다.

다음 카페에서 보라

당신이 다음에 카페에 들어설 때, 천장을 올려다보자. 관찰 포인트 하나가 생긴다. 천장까지의 높이를 느껴보고, 얼마나 개방감을 느끼는지 자문해보라. 그 개방감 뒤에는 천장 높이가 사고방식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다.

그리고 낮은 천장의 카페에 들어섰을 때는, 그 아늑한 느낌이 공간의 높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높은 천장만이 좋은 카페의 조건은 아니다. 공간이 주는 경험을 어떻게 설계했는가가 차별점이다.

높은 천장의 대형 카페가 넓고 시원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이제 대략 이해가 된다. 다만 우리 가족은 요즘 그런 곳을 일부러 찾아다니지는 않는다. 규모가 크면 음료와 접시를 들고 자리까지 가는 길이 멀고,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피해 조심조심 걷는 것도 은근히 지친다.

그래도 마땅히 갈 곳이 없거나 가까운 데서 잠깐 쉬고 싶을 때는 여전히 종종 들른다. 천장이 높고 공간이 크다고 무조건 더 좋은 카페는 아니었다. 내가 편하게 앉아 있을 수 있는 자리가 있느냐가 더 크게 남는다.

참고 자료

  • Meyers-Levy, Joan & Zhu, Rui. (2007). “The Influence of Ceiling Height: The Effect of Priming on the Type of Processing That People Use.”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Vol. 34, No. 2, pp. 174–186. https://doi.org/10.1086/519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