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창문 크기는 왜 마음대로 정할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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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두 살 무렵 뉴욕에서 여섯 달쯤 지냈다.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제일 먼저 든 감정은 답답함이었다.

거기서 친해진 여러 나라 친구들이 보고 싶었고, 시내 곳곳의 건물과 공원, 도시를 조금 벗어나면 나오던 풍광도 그리웠다. 그리워서 운 날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서울도 조금만 나가면 볼 것이 있었을 텐데, 그때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대신 눈에 들어온 건 아파트 단지였다. 시야를 막고 선 시멘트 건물, 층마다 똑같이 반복되는 비슷한 크기의 창. 스물두 살의 나는 그 모습을 속으로 닭장 같다고 생각했다. 지금 보면 그건 그 시절의 감정이 섞인 인상이었다.

그래도 질문 하나는 남았다. 아파트 창문은 왜 다 비슷해 보일까. 정말 마음대로 정할 수 없는 걸까.

이유의 출발점은 건축법이 정한 채광 기준이다. 법이 최저선을 그어두면, 그 위에서 표준화된 평면 설계, 에너지 성능, 구조와 비용 같은 조건들이 함께 작용해 창의 크기와 위치가 수렴한다. 그래서 서로 다른 단지의 창이 비슷해 보이는 것이다.

법이 정하는 창문의 최저치

건축법 시행령 제51조는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의 거실에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창문 기준을 정한다. 구체적인 수치는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17조에 나타난다.

채광창(빛을 들이는 창)은 거실 바닥면적의 10분의 1 이상 되어야 한다. 거실이 25㎡라면 최소 2.5㎡의 창면적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환기창(공기를 들이는 창)은 바닥면적의 20분의 1 이상이다. 다만 인공 조명이나 기계환기로 대체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건축법 창문 기준 (거실 바닥면적 기준) 채광창 1/10 이상 거실 바닥면적 25㎡ 2.5㎡ (최소) ↓ 환기창 1/20 이상 거실 바닥면적 25㎡ 1.25㎡ (최소) ↓ 기계환기 설치 시 면제 가능 건축법 시행령 제51조,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규칙 제17조

이것이 법정 합격선이다. 180도 반대의 백화점 창문 같은 곳은 이 기준을 맞출 필요가 없다. 판매시설은 법이 창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거는 다르다. 반드시 지켜야 한다. 하지만 “1/10 이상”은 “1/10보다 커도, 1/5이어도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법적 최저치를 정하는 것이 규제의 목표이므로, 구체적인 창의 크기는 이 기준을 바탕으로 설계된다.

창 너머에 있는 규제들

채광만 문제가 아니다. 창에는 추락 방지 같은 안전 요구도 함께 걸린다. 낮은 위치에 크게 열리는 창을 낼 때는 난간이나 추락 방지 시설이 필요해지고, 그만큼 창의 형태와 위치 선택이 좁아진다. 거실 창의 높이와 모양은 채광 비율과 안전 규정이 함께 빚은 결과인 셈이다.

방화도 기준을 정한다.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기준에 따르면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은 화재 시 피난경로가 다양해야 한다. 이것이 창의 배치에 영향을 미친다. 고층 건물일수록 창은 안전기준의 제약을 받는다. 특히 외부 소음이 크거나 바람이 센 위치에 있으면 창의 재질(이중창, 방음창)이 정해진다. 이는 크기와는 다른 문제지만, 시공비에 직접 반영된다.

일조권 보호도 있다. 건축법 제61조와 시행령 제86조에 기초한 일조권 규제는 건물들 사이의 인동거리(건물 간 최소 거리)를 정하는 별개의 제도다. 이는 채광창의 면적 기준과 달리, 계절과 시간대에 따른 자연채광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 건물 배치 자체를 제약한다. 같은 단지 내 건물 배치가 일조권을 고려해 설계되므로, 개별 세대의 창 위치 선택 폭은 이미 좁혀져 있다.

표준평면이 반복되는 이유

아파트가 모두 비슷한 이유는 법령뿐 아니라 설계 방식에도 있다. 시공사들은 표준평면을 반복한다. 거실을 중심으로 양옆에 침실이 오고, 주방이 한쪽에 붙는 구조는 공간 효율과 채광을 동시에 만족한다. 한번 만든 설계도를 여러 단지에 적용할 수 있으면 설계비도 절감되고, 시공 과정에서 노하우가 축적된다.

창의 크기도 표준화된다. 같은 규모의 세대라면 같은 크기의 창을 쓰는 것이 생산 원가를 낮춘다. 창틀과 유리를 대량으로 발주할 때 사이즈가 통일되어 있으면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발코니(현관) 문, 현관 문짝, 창호 시스템이 모두 시공 비용으로 이어진다. 다양한 크기의 창을 만들려면 설계부터 시공까지 모든 단계에서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결국 법의 최저치 + 표준평면 + 설계 효율 = 모든 아파트가 비슷한 창이라는 구조가 성립한다.

최근 변화와 남겨진 질문

건축 설계에서 창의 크기를 결정할 때 에너지 효율도 고려 대상이 된다. 창은 건물의 단열 약점이기 때문이다. 창의 면적을 늘리면 외부 기온의 영향이 커지고, 에너지 손실이 늘어난다. 법이 “1/10 이상”이라고 정했을 때, 그것은 최소한의 채광을 보장하는 선이지 최적의 환경을 뜻하지 않는다. 거주자가 원하는 밝기와 법이 정한 채광 기준은 다를 수 있다.

규제는 최저치를 보장하지만, 모든 사람의 필요를 충족하지는 않는다. 북향 집의 거주자는 1/10 기준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창을 무작정 키우면 여름 냉방과 겨울 단열에서 손해를 보기 때문에, 실무에서는 채광 기준과 에너지 성능 사이에서 절충한 크기가 자리를 잡았다.

다음에 단지를 돌아보면

아파트 단지 입구부터 시작해서 몇 동을 따라가면서 창의 위치와 크기를 비교해 보라. 거실 창은 모두 같은 높이에서, 같은 크기로 시작한다. 침실 창도 패턴이 반복된다. 이것은 설계사의 무능함이 아니다. 그것은 법규, 표준화된 설계, 에너지 성능, 비용 같은 조건들이 함께 빚어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집을 지을 때 창의 자유도는 생각보다 좁다.

요즘도 단지 사이에서 하늘을 올려다볼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다시 미국에 가겠다며 울던 스물두 살의 내가 떠올라 혼자 피식 웃는다. 금방 갈 줄 알았는데 결혼하고 아이 키우고 일하다 보니 아직이다.

예전에는 비슷비슷한 창들이 답답하게만 보였는데, 지금은 그 크기와 배치 뒤에 채광과 환기, 구조와 안전 같은 이유가 있다는 걸 안다. 언젠가, 되도록 10년 안에는 아들과 함께 뉴욕 거리를 다시 걸어보고 싶다.


참고 자료

  • 국가법령정보센터, 건축법 제49조(공동주택의 설치 기준) (law.go.kr)
  • 국가법령정보센터, 건축법 시행령 제51조(거실의 채광 등) (law.go.kr)
  • 국가법령정보센터, 건축법 제61조(일조권) (law.go.kr)
  • 국가법령정보센터, 건축법 시행령 제86조(인동거리) (law.go.kr)
  • 국가법령정보센터,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17조(채광 및 환기를 위한 창문등) (law.go.kr)

검토 기준일: 2026-08-12.